작가노트
나는 지금 코로나 직전에 다녀왔던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트레킹 이야기를 캔버스에 담고 있는 중이다. 그곳에서 만났던 아름답고 거대한 산들을 이야기하려니 커다란 캔버스에 표현할 수밖에 없다.
몇 달 전 미술재단 협회 이사장님의 초대로, 이 전시회를 하게 되었다.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무척 설레는 마음으로 전시회의 방향을 생각해 보았다. 그리고 작품 창고에 가득 채워진 작품들을 살펴보면서 전시회 방향을 고민하던 중에, 10여 년 전쯤 한동안 내 생각 속에 품었던 열정적인 내 삶의 이야기들을 캔버스에 표현했던 수많은 작품들을 마주하자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.
돌아보면 그때 나는 그림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차서, 하고 싶은 말들이 너무 많아서, 내 삶의 표현을 주체할 수 없던 시기였다는 생각이 들었다.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고민해왔던, 생각을 표현한다는 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던 시기였다. 내 인생에서 가장 절정에 이른 시기라서, 그 작품들은 강렬한 표현으로, 힘과 열정을 가지고 작업했던 작품들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.
이번 전시회에는 이 작품들로 이 시기의 내 삶의 이야기를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다. 이 작품들을 보고 있으려니, 조금 힘에 부치기까지 한다. 아! 새삼 내가 참 늙었구나 하는 생각이 스친다. 나는 조금 편안한 감정을 표현하고 싶다고 생각하여, 조금 자제해야 할 부분을 다시 만지려 하는 순간에, 과거의 내 생각을 지금의 내가 바꾸면 안 된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. 나는 붓을 든 손을 거두었다. 과거의 나는 그대로 존중되어야 하는 게 맞다.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나의 작품 속에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같이 생각해 볼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한다.
화가, 이영숙
전시장소
가상전시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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